중동산 두바이유는 우리나라까지 며칠걸릴까 - 전쟁전에 들어온 기름 값이 왜 먼저 오르나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이 시작되자 면서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르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 “아직 전쟁 전에 실려 온 원유가 국내에 들어오고 있을 텐데 왜 기름값이 먼저 오르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원유가 생산지에서 우리나라까지 오는 시간과 국제유가가 결정되는 방식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은 중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두바이유 계열이다. 이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주변 산유국에서 생산된 뒤 대형 유조선에 실려 한국으로 운송된다. 원유를 실어 나르는 선박은 보통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라 불리는 선박으로 한 번에 약 200만 배럴 정도를 실을 수 있다.

원유를 실은 초대형 원유 운반선,
중동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우리나라 항구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약 20일에서 25일 정도다. 페르시아만에서 출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인도양을 거쳐 말라카 해협을 통과한 뒤 남중국해를 지나 한국에 들어오는 항로가 일반적이다. 기상 상황이나 항로 사정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3주 안팎이 걸린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현재 국내 정유사가 사용하는 원유 가운데 상당량은 이미 전쟁이나 국제 분쟁이 발생하기 이전에 선적된 물량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국내 기름값이 빠르게 오르는 이유는 원유 가격이 실제 물량의 도착 시점이 아니라 국제 시장의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석유는 대표적인 국제 상품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하루 단위로 가격이 변한다. 두바이유 가격 역시 국제 시장에서 매일 거래되며, 정유사들은 이 가격을 기준으로 원유를 구매하거나 향후 도입 물량의 가격을 계산한다. 즉 지금 당장 정유소에 들어오는 원유가 전쟁 이전에 선적된 것이라 하더라도, 정유사는 앞으로 들여올 원유의 가격 상승을 고려해 판매 가격을 조정하게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환율이다. 원유는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도입 비용이 함께 늘어난다. 최근처럼 국제 정세가 불안할 때는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유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정유사들의 재고 관리 방식도 영향을 준다. 정유사들은 일정한 재고를 유지하면서 원유를 계속 들여오고 제품을 생산한다. 만약 국제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 이후 도입 원유 가격이 더 비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 선제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국내 기름값은 “현재 들어온 원유 가격”이 아니라 “앞으로 들어올 원유의 국제 가격”을 반영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쟁이나 분쟁 소식이 전해지면 실제 공급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도 국제유가가 먼저 상승하고, 국내 주유소 가격도 뒤따라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요약하면 중동에서 선적된 두바이유가 우리나라까지 도착하는 데는 보통 20~25일 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실제 운송 시간과 관계없이 세계 시장의 기대와 거래 가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전쟁이나 긴장 상황이 발생하면 국내 기름값이 먼저 오르는 경우가 흔하다. 국제 정세와 금융 시장이 석유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