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영천공설시장 상인회장
설 다음날인 지난 1월29일 김영우 영천공설시장상인회장은 오랜만에 결혼한 자녀의 집인 포항을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한통의 전화가 울렸다. “회장님 시장에 전기가 나갔어요. 어떠해야 하나요”라는 것이다.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바로 뒤돌아서 영천으로 돌아온 김 회장은 지하에 있는 전기시설물을 점검하고 공설시장에 불을 밝혔다.
김영우 회장은 “전기가 없으면 냉동보관된 상품과 살아있는 활어들이 못쓰게 되지요. 상인들의 피해를 막는 것이 회장의 역할 중에 하나입니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김영우 회장은 하루라도 잠잠한 날이 없다. 공설시장의 지하부터 3층까지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들여다보니 김 회장의 자리는 엄청 크다. 여기다 공설시장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사업비 확보를 동분서주 하니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당연히 생업을 뒷전으로 밀려 가족들의 눈총을 받기도 일쑤다. 그래도 김 회장은 공설시장이 좋고 상인들을 만나면 웃음을 절로 난다. 바로 자신이 상인회장이기 이전에 같은 상인이기 때문이다.
김영우 회장이 있는 영천공설시장은 영천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김영우 공설시장상인회장
영남 3대 시장인 영천전통시장은 조선조 중·말엽에 금호강 남쪽에서 시작되어 1955년 완산동에서 본격적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5일장이 활발할 당시 영천전통시장은 돔배기, 곡물류, 한약재 등 특화상품이 도소매되는 경상도 최대의 농산물 교역시장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9년째 상인회장은 맡고 있는 김영우 회장은 1977년 영천공설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아버지인 김남표 옹(94)이 6·25전쟁 후 남부동 철길건널목 부근(현재 진흥제재소 자리)에서 군복장사를 시작으로 전통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즉 김남표 옹과 김영우 회장 2대에 걸쳐 내려온 것이 영천공설시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우 회장은 “1955년경 아버지께서 완산동에서 장사를 했다. 당시에는 5일장으로 4개의 기둥에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들었다. 1961년 일부 지자체 부지를 제외하고 상인들이 소유한 땅을 전부 영천읍에 기부 채납했다.”며 “어려운 시기 상인들의 결단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영천공설시장이 탄생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후 영천공설시장은 변화를 거듭했으며 2002년부터 4년간 사업비 112억5000만원(국비 51억8,300만원, 시비 60억6,700만원)을 투입해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지금에 이르렀고 현재 영천공설시장상인회는 회원 300여명이 등록되어 있다.
김영우 회장은 “영천공설시장은 사통팔달의 지리적 여건으로 처음에는 곡물전이 유명했다. 이후 돔배기와 건어물 등 다양한 상품으로 경북 최고의 교역시장으로 이름을 떨쳤다.”며 “지금은 대형마트 등이 연달아 입점하여 어려움을 겪지만 그래도 정과 사랑이 넘치는 곳은 역시 공설시장이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요즘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공설시장과 함께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대고객인 어르신과 함께 젊은층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3년 전부터 준비한 영천공설시장 작은영화관이 올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은영화관은 공설시장에 젊음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문화시설이 부족한 영천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다가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우 회장은 “크고 작은 문제가 있는 곳이 공설시장이다. 그래도 영천과 시민과 함께 지금까지 공존하는 곳이다.”며 “공설시장에서 상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중근 신녕공설시장 상인회장
“예전에는 신녕장이 영천장보다 더 컸어요. 교통수단이 어려울 시기에 화산, 청통, 고로, 산성 등지에서 신녕장을 대부분 이용했지요. 이런 전통시장은 내 삶의 전부입니다. 아니 우리 집안의 역사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네요”
가업을 잇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힘든 일이라면 누구라도 회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영천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물게 4대째 전통시장에서 가업을 잇고 있는 가족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신녕공설시장 우중근 상인회장이다.
우중근 상인회장은 전통시장에서 70년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1910년대 1세대인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생선장사를 시작한 뒤 해방(1945년) 전 죽어도 고국의 땅에서 죽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신녕으로 돌아왔다. 고국에서도 생선장사를 시작했고 2세대인 아버지 시대부터 건어물을 시작해 본인, 이제는 4대째인 아들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우중근 신녕공설시장상인회장
우중근 회장은 “전문기술을 가진 것이 가업이다. 우리처럼 그저 장사를 하는 것을 가업이라고 하기는 조금 부끄럽다.”며 “그래도 많은 시간동안 전통을 지키며 생업에 종사한 것은 맞다”고 웃음을 지었다.
우중근 회장은 예전을 회상하며 “신녕전통시장의 크게 3번의 변화가 있었다. 처음 의성방면에 있었던 전통시장, 두 번째는 지금의 자리로 옮긴 전통시장, 세 번째는 2013년 현대화사업으로 변모한 공설시장이다.”며 “예전의 크고 번성한 신녕전통시장의 모습은 사라져 안타까움이 많지만 아직도 전통시장을 고집하는 고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녕공설시장은 2007년 4월 농림축산식품부 신녕권역 거점면마을종합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총사업비 117억원으로 2010년 6월 착공, 2년 10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2013년 4월에 완공됐다. 신녕공설시장의 대지 면적은 8575㎡이며 51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과거에는 우시장도 있었으나 현재 사라졌다.
신녕공설시장 상인회도 2012년에 새롭게 결성됐다. 이전에도 상인회가 있었지만 공설시장 현대화사업에 맞춰 새롭게 출발하게 된 것이며 초대회장부터 지금까지 우중근 회장이 공설시장 상인회를 맡고 있다.
신녕전통시장은 예전에 일명 ‘신녕장’으로 통했다. 신녕장이 가장 번성한 시기는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전이다. 신녕을 중심으로 화산, 청통, 부계, 의성, 군위가 위치해 있어 주변의 사람들이 신녕장을 많이 찾아 왔기 때문이다.
우중근 회장은 “신녕이 예전에는 ‘현’으로 영천보다 더 큰 마을이었다. 초창기에는 영천장보다 더 컸으며 점포없이 가판으로 장사하는 상인들도 신녕장을 가장 많이 찾아 왔다.”고 설명했다.
신녕공설시장의 가장 유명한 것은 영천공설시장과 비슷한 것들이 많다. 바로 돔배기와 건어물, 골물 등이며 특이한 것은 양파와 마늘이 주산지여서 양파와 마늘 등 농산물 거래가 많은 것이다.
우중근 회장은 요즘 다른 공설시장과 마찬가지로 변화를 통한 활성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 회장은 “공설시장은 좋은 아이템이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다고 고객들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젊은 층을 유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젊은 생각으로 젊은 상인들이 있어야 한다.”며 “예전처럼 장날을 찾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시기는 지났다. 시장만의 독특한 아이템으로 다양한 층의 고객들을 잡을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우중근 회장의 아들인 우진태 씨도 전통시장에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30대 젊음을 시장과 함께 하는 진태 씨가 있기에 언젠가는 예전처럼 활기 넘치는 시장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무현 금호공설시장 상인회장
금호공설시장 김무현 상인회장(61 교대리, 금호읍농어촌사업추진위원장, 전 번영회장)은 “금호공설시장은 평일에는 상인들이 공치는 날도 있으나 장날이면 사람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등 북적이고 있어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고 한다.
금호공설시장은 현재 시장내 48개 점포가 있으며, 상인회는 주변 개인상가들은 가입하지 않고 순수 공설 점포를 가진 사람들로만 구성됐다.
금호공설시장의 역사는 약 6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김 회장 가게는 30년 전 부모님이 신발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물려받아 아직 가게를 하고 있다.
가게를 하고 있으나 직접 운영하지는 않는다. 공설시장내 가게들은 형태와 크기 등은 대부분 비슷하거나 같다. 금호공설시장도 3년 전 현대화 사업을 마무리해 상인과 소비자들 간의 쇼핑의 편리성을 많이 높였다.
공설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첫째가 현대화 사업이었는데, 현대화 사업이 다른 곳 보다 잘됐다. 주차장과 점포와 소비자들의 쇼핑 동선이 아주 편리하게 됐다. 이는 상인과 소비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말이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금호시장은 상상이하일 것이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화 사업을 했기에 장날(3일과 8일 등 5일장)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장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무현 금호공설시장상인회장
장날에는 어묵 상인들과 소비자들이 많아 시장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으며, 할매 곰탕, 생선가게 싱싱도 등은 멀리서도 알아준다.
그래서 대창 청통을 비롯해 대구에서도 사람들이 금호장을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경마공원 화랑설화마을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완공되면 훨씬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인회장을 맡은 지 3년이 지난 김 회장은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상인들의 변화다. 가장 먼저 시대흐름을 따라 가는 카드사용이 필수인데, 아직도 현금만 알고 카드를 모르는 상인들이 많다.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그리고 종목 다양성이다. 금호는 식당이 좀 많은 편이다. 다른 품목이 들어와 공간을 많이 차지해야 하는데, 하다보면 문을 닫고 떠난다. 장사가 안 되니 떠나는데, 이를 어쩌겠냐.”면서 “상인회에서도 특색 있고 적극적인 젊은 사람들에 공간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종종 이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돌아간 뒤에는 별 다른 연락이 없다. 평일은 사람이 없어 장사가 안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고 했다.
공설시장의 상권 침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금호공설시장엔 아직도 장날이면 팔려는 상인과 사려는 소지자들이 북적이는 전통장을 형성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또 대형 국책사업들이 완성되면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아직은 미래가 있다는 것에 큰 힘이 쏟지만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만 오는 것이므로 오늘부터 금호공설시장 상인들이 변화를 감지하고 먼저 변화를 실천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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